
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 과정에서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 등을 받는 광주 북구갑 정준호 의원이 위법 기소에 따른 공소 기각 판결 이후 다시 법정에 섰다.
정 의원 측은 공소시효 완성을 비롯해 재기소 자체가 절차상 위법하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냈다. 제청 여부 결정 전까지 당분간은 증인 심문 등 절차가 이어지나, 판결이 나기까지는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재성 부장판사)는 23일 302호 법정에서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다시 기소된 정준호(45) 의원의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같은 재판부가 지난 2월 검찰의 수사·기소 검사 미분리에 따른 절차 하자로 공소가 한 차례 기각하자, 검찰이 재기소한 이후 첫 재판이다.
정 의원 측은 우선 재기소 역시 절차상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30일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정 의원 측은 "당초 기소는 검찰이 공소를 취소했어야 할 사안이었다. 형사소송법 329조에 따라 공소가 취소된 경우에는 중요 증거가 발견되지 않으면 재기소할 수 없다. 헌법 제13조1항 후문 '거듭처벌금지의 원칙'이기도 하다. 이미 공소 기각 판결이 난 이번 사건 역시 헌법의 정신에 따라 재기소 여부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거법만큼은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됐다는 논리도 폈다.
그러면서 "공소 제기 권한이 없는 검사가 기소해 공소 기각 판결이 났다. 검찰은 기소 이후 판결 시점까지 시효가 정지됐다고 하지만, 공소제기 권한 없는 검사에게 같은 사건의 시효를 정지할 권한을 부여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미 선거법 공소시효 6개월이 지났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재기소가 형사소송법(253조1항·329조) 등을 위배, '거듭처벌금지 원칙'에 어긋나고 신속히 재판 받을 권리까지 보장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반면 검찰은 기소일인 지난해 7월24일부터 공소 기각 판결일까지는 시효가 정지돼 재기소가 가능하다고 봤다. 이번 재기소 관련 절차 역시 모두 적법하다고 검찰은 전했다.
앞서 정 의원 측이 재기소 방침이 부당하다며 광주고검 검찰시민위원회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지만, 시민위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검찰은 재기소를 강행했다.
정 의원은 선거사무소 관계자들과 함께 당내 경선 직전 전화홍보원 12명에게 홍보 전화 1만5000여 건을 돌리도록 지시하거나 홍보 문자메시지 4만여 건을 발송하고, 그 대가로 경선 운동원들에게 총 520만원을 지급한 혐의 등으로 또 기소됐다.
또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선거 사무원 6명에게 불법 경선 운동을 하도록 지시해 금품을 건네거나, 건설사 대표로부터 자녀의 보좌관 채용을 약속하며 정치자금 5000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앞선 첫 기소 당시 정 의원 측은 공소제기가 위법하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정 의원 측이 문제 삼은 검찰청법은 2022년부터 개정안이 시행된 이른바 '검수완박법'이다. 개정 검찰청법 4조 2항은 '검사는 자신이 수사 개시한 범죄에 대하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검찰이 직접 인지하고 수사까지 한 사건은 수사 검사들이 기소할 수 없다는 취지다.
개정 검찰청법의 해당 조항을 어긴 검찰의 기소로 공소 기각 판결이 내려진 것은 사실상 첫 사례로 알려져 있다.
공소 기각 판결 당시 재판부는 "공소 제기 권한이 없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해 법률상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검사는 올해 3월 "선거 사건을 신속 처리하고 처벌 공백을 막아야 한다"며 정 의원을 다시 재판에 넘겨 이날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재판부는 현재까지 정 의원 측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에 대해서는 결론내리지 않았다. 제청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전까지는 당분간 변론 절차를 진행, 증인을 불러 심문키로 했다.
다만 다른 선거법 재판의 증인 신문 절차가 길어지고 있어 재판 기일은 한 달에 1차례씩 잡기로 하며 장기 공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 의원의 다음 재판은 오는 7월21일 열린다.
이후 기일의 경우, 법원 휴정기를 피해 오는 8월 중순께 다시 열기로 재판부는 잠정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