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6 (목)

  • 맑음동두천 -1.4℃
  • 흐림강릉 4.8℃
  • 맑음서울 3.7℃
  • 맑음대전 1.4℃
  • 흐림대구 6.7℃
  • 흐림울산 8.7℃
  • 맑음광주 3.8℃
  • 흐림부산 9.1℃
  • 맑음고창 0.0℃
  • 흐림제주 9.8℃
  • 맑음강화 0.2℃
  • 맑음보은 0.0℃
  • 맑음금산 -1.7℃
  • 맑음강진군 1.2℃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6℃
기상청 제공

기획취재

<칼럼>국민들이 ‘앤트밀 현상’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앤트밀 현상과 민주주의 ①>

 

국민들이 ‘앤트밀 현상’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자연에는 인간 사회를 비추는 거울 같은 장면들이 종종 있다. 그중 하나가 ‘앤트밀(Antmill),' 이른바 죽음의 소용돌이다. 시력이 거의 없는 군대개미들이 앞선 개미가 남긴 페로몬을 따라가다 방향 오류가 발생하면, 수백·수천 마리가 원을 그리며 끝없이 도는 현상이 벌어진다. 개미들은 자신들이 제자리에서 죽음을 향해 돌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탈진해 쓰러진다.

 

 

흥미로운 점은, 모든 개미가 죽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몇몇 개미는 이 이상한 순환에서 벗어나고, 방향을 바꾸며, 다른 개미들에게 탈출의 계기를 제공한다. 차이는 단 하나, ‘따라갈 것인가, 판단할 것인가’에 있다.

 

이 장면은 인간 사회에도 낯설지 않다. 길을 잘못 든 지도자 한 사람이 나타났을 때, 그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집단은 집단적 오류에 빠진다. 더 큰 문제는, 그 오류가 단번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앞서 가는 사람이 있으니 맞겠지”,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라는 심리가 작동하면서 집단은 더욱 단단히 원을 그린다. 마치 개미들이 서로의 흔적을 확신하며 도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흔히 좋은 지도자의 부재를 사회 혼란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물론 지도자의 자질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국민은 과연 좋은 지도자를 분별할 수 있는가.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단순한 추종자가 아니라 최종 판단자다. 지도자를 뽑는 권리만큼이나, 잘못된 방향을 감지하고 제동을 걸 책임도 국민에게 있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교육 환경이 주어지지 않는다. 비판적 사고를 훈련받지 못한 채 정보의 홍수 속에 놓인 시민에게, 정치·사회 문제를 독립적으로 판단하라는 요구는 가혹할 수 있다. 여기에 매스컴과 SNS가 결합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자극적인 언어, 편 가르기식 보도, 알고리즘이 강화한 확증편향은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기보다 ‘흐름에 올라타게’ 만든다.

 

앤트밀의 본질은 정보 전달 체계의 오류다. 개미들은 서로를 믿고 있지만, 그 믿음이 검증되지 않을 때 집단은 파국으로 향한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다. 정보가 반복되고, 다수가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옳다고 간주될 때, 사회는 점점 자율적 판단 능력을 잃는다. 이때 국민은 시민이 아니라 ‘군중’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죽음의 소용돌이를 피할 수 있을까. 해답은 의외로 단순하지만 실천은 어렵다. 첫째, 교육은 지식 전달이 아니라 판단 능력의 훈련이어야 한다. 정답을 외우는 교육이 아니라, 질문하고 의심하고 비교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둘째, 매스컴은 속도보다 책임을 우선해야 한다. 클릭 수를 좇는 보도가 아니라, 맥락을 제공하는 보도가 사회를 살린다. 셋째, 국민 개개인이 ‘불편한 소수’가 될 용기를 가져야 한다. 원 밖으로 한 걸음 나서는 개미가 있었기에 소용돌이는 풀렸다.

 

민주주의는 다수결로 작동하지만, 방향은 각자의 사유(事由)에서 나온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해서 그 길이 옳은 것은 아니다. 하늘이 좋은 지도자를 내려보내도, 이를 알아보는 눈이 없다면 그 기회는 허공에 흩어진다.

 

국민의 주체성이 무너질 때, 사회는 앤트밀이 된다. 그리고 그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는 유일한 방법은, 따라가기 전에 한 번 멈춰 서서 묻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끝.


<다음 칼럼 예고>  

<앤트밀현상과 민주주의 ②> "왜 우리는 맹목적 추종에 빠지는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