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불안은 소음을 만들고, 자신감은 침묵을 만든다
1980년대 말, 버스 안에서 우연히 들었던 한 청소년의 이야기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5·18 당시 시내 근처에서 보초를 서던 그는 새벽의 적막 속 두려움이 극에 달해 결국 공포탄을 쏘아 올렸다고 했다. 그의 고백에서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공포는 소리를 낸다.”
그날 이후 개가 이유 없이 짖는 모습을 볼 때면 자연스레 그 말이 떠올랐다. 약하고 불안한 존재일수록 더 큰 소리를 낸다는 사실, 접근하지 말라는 경계의 신호,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울림이라는 것이다.
◆ 약한 존재는 왜 더 큰 소리를 내는가
동물행동학에서는 약할수록 소음 신호를 자주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일반적인 개는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짖지만, 정작 몸집이 크고 자신감 있는 맹견은 쉽게 짖지 않는다. 필요할 때에만 움직이며 괜한 소음을 만들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동물의 습성이 아니라, 불안과 자신감의 차이에서 비롯된 생존 전략이다.
인간의 세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운동을 제대로 배운 사람일수록 함부로 공격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술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과장된 동작과 허세로 자신을 부풀리려 한다. 조직에서도 가장 성과를 잘 내는 사람은 말수가 적다. 묵묵히 필요한 일을 해낼 뿐이다. 반대로 유난히 큰 목소리로 자신을 드러내려는 사람이 있다. 그의 소리가 큰 이유는 실력이 아니라 불안이다.
“내 자리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인정해 달라.”
이런 마음이 말의 크기와 행동으로 표출되곤 한다.
◆ 과도한 자기보호 신호의 심리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과잉보상(Overcompensation)’이라 부른다. 스스로 약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그 약점을 감추기 위해 강한 언행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이를 ‘반동형성’이라 보았고, 아들러는 열등감이 과잉표현될 때 나타나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심리학 연구도 말한다. 사람은 통제력을 잃는 순간, 자신의 존재가 약해졌다고 느끼는 순간, 잃어버린 영향력을 만회하기 위해 ‘소음’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 예를들면, 회의 자리에서 불필요한 발언이 늘고, SNS에서 과도한 자기과시가 나타나며, 타인 공격이나 과장된 표현이 잦아지는 행동들의 뿌리는 하나다. 이는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짖는 개들은 자기 방어를 위해 무서워서 짖는 것이다.” 따라서 칼럼 제목처럼, “불안은 소음을 만들고, 자신감은 침묵을 만든다.”는 것이다.
◆ 진짜 힘은 조용함에서 나온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진정한 리더십의 핵심을 ‘침착함(calmness)’에 두고 있다. 큰 소리나 자극적 행동이 아니라, 조용한 안정감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조용할 수 있다는 것은 두려움이 없다는 증거이다. 불필요한 방어막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며, 조용함은 실력의 또 다른 언어다.
오늘의 사회를 돌아보면 정치권의 충돌, 조직 내 경쟁, SNS의 공격 문화 등 수많은 소음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 소음들을 들여다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힘’의 소리라기보다, ‘불안’의 소리라는 점이다.
◆ 결론 ― 소리의 크기보다 마음의 깊이가 세상을 이끈다
짖는 개를 무서워하기보다, 왜 짖는지를 이해하면 두려움이 사라지듯, 사람의 과도한 행동도 그 속에 숨어 있는 불안을 보면 다르게 읽힌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귀 기울여야 할 사람은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이 아니다. 조용히 맡은 일을 해내며 책임을 완수하는 사람, 자기 증명이 아니라 실력으로 말하는 사람이다. 그들이야말로 공동체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맹견’들이다. 조용할 수 있는 사람이 결국 세상을 이끈다. 침착함은 힘이고, 침묵은 품격이다. 그리고 진정한 리더십은 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마음의 깊이에서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