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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 ‘언젠가는 오른다’는 말의 위험성

<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암호화폐 시리즈 ⑤>

 

암호화폐 : ‘언젠가는 오른다’는 말의 위험성

 

 

암호화폐 논쟁의 한가운데에는 주술처럼 반복되는 문장이 있다. “지금은 떨어졌지만, 언젠가는 오른다.” 이 말은 단순한 낙관을 넘어 투기 시장을 지탱하는 핵심 심리 기제다. 문제는 이 문장이 시장 분석이 아니라 종교적 ‘신념’으로 작동한다는 데 있다. 신념이 된 낙관은 눈앞의 파멸적 징후를 보지 못하게 만드는 가리개가 된다.

 

 

투자에서 “언젠가는 오른다”는 명제가 성립하려면 자산의 '회복 탄력성'을 뒷받침할 내재적 근거가 필요하다. 주식은 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이, 부동산은 실거주 수요와 토지의 희소성이라는 물리적 지표가 존재한다. 즉, 가격이 떨어져도 가치의 하한선(Floor)을 받쳐줄 실체가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 시장에서 이 문장은 대개 과거의 급등 기억에만 기대어 반복된다. ‘과거에 그랬으니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는 전형적인 귀납적 오류이자 순환 논리다.

 

이 논리는 특히 ‘제도의 변화’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무력하다. 암호화폐의 치명적 약점은 가격 변동성이 아니라 ‘존재론적 리스크’다. 최근 비트코인의 제도권 편입이 호재로 읽히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국가의 통제권 안으로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규제 당국의 정책 방향 전환 한 번으로 자산의 성격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화폐로서의 기능을 부정당하거나 거래 효율성이 제약되는 순간, ‘언젠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는 기초 체력(Fundamental)이 없는 상태에서 허물어지기 마련이다.

 

이 지점에서 투자와 베팅의 경계는 무너진다. 본래 투자란 통제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행위다. 반면 베팅은 통제 불가능한 운에 자신을 맡기는 선택이다. “언젠가는 오른다”는 말은 관리의 언어가 아니라 방치의 언어다. 분석 대신 인내를 요구하고, 판단 대신 ‘존재적 버티기(HODL)’를 권한다. 손실을 확정 짓지 않기 위해 외면하는 사이, 시간이라는 가장 소중한 자산의 기회비용은 증발한다.

 

유명 투자자 짐 로저스(Jim Rogers)는 “정부가 총구를 겨누면 민간 암호화폐는 결국 통제되거나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통화 주권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를수록 규제의 그물망은 촘촘해지며, 이는 투자자에게 유리한 환경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투자자의 편’이라는 격언은 우상향하는 생산적 자산에만 해당할 뿐, 제도적 불확실성이 큰 자산에는 독이 될 수 있다.

 

이 낙관론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세대적 절박함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자산 형성의 기회를 놓친 젊은 세대에게 암호화폐는 마지막 동아줄처럼 여겨진다. 이들에게 기다림은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 퇴로 없는 막다른 골목이다. 기성세대가 던지는 ‘장기 보유’라는 조언은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한 위로가 되기 쉽다.

 

또한, 시장의 정보 비대칭도 문제다. 미디어는 극소수의 성공담을 영웅 신화처럼 유포하지만, 소리 없이 사라진 수많은 실패담은 기록되지 않는다. 누군가의 ‘언젠가는 올랐다’는 성공은, 끝내 오지 않을 상승을 기다리며 침몰한 다수의 침묵 위에 세워진 신기루일지 모른다.

 

투자 판단의 본질은 “이것이 오를 것인가”가 아니라, “내가 이 불확실성을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에 있다. 자산이 사라질 가능성, 제도의 급변, 장기간 자금이 묶일 위험을 모두 계산기에 넣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믿음만을 앞세우는 순간, 투자는 신앙이 되고 시장은 거대한 제단이 된다.

 

역사는 반복해서 증명했다. 가격은 심리가 결정하지만, 가치는 결국 제도가 규정한다. 제도의 방향은 개인의 기대보다 느리고 무겁게 움직이지만, 한번 정해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언젠가는 오른다’는 말은 이 거대한 흐름을 외면하게 만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낙관이 아니라 냉혹한 기준이다. 무작정 기다리는 인내가 아니라, 멈출 줄 아는 판단이다. 암호화폐가 진정한 자산으로서 논의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근거 없는 낙관의 문장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끝.

 

<다음 칼럼>

<암호화폐 ⑥> 기술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투자를 해야 하는가

 

<지난 암호화폐 관련 칼럼>

<암호화폐 ①> 암호화폐 앞에서, 지금 우리가 물어야 할 것들

https://www.kjbn.kr/news/article.html?no=7719

 

<암호화폐 ②> 블로체인은 기술이고, 암호화폐는 화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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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③> 화폐라는 성벽 : 국가는 왜 암호화폐를 용인하지 않는가

https://www.kjbn.kr/mobile/article.html?no=8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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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④> 디지털 화폐의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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